입찰 지켜본 중소기업들 볼멘소리 속출

지난달 14일 체결된 ‘유연탄 수송선박 장기용선’ 계약을 두고 중소선사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번 입찰이 중소선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퇴색된 채 결과적으로 대기업 밀어주기로 끝났다고 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입찰 건에 대한 업계의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중소선사 배려 항목 늘었지만 결과는…

이번 입찰 건은 2조 원 규모로 18년 간 5개 발전사의 유연탄을 수송해주는 대형 장기계약이다. 선사는 2개월 내 15만 톤급 벌크선 9척을 신조해야 하며, 오는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유연탄 수송에 투입하게 된다. 최근 불황에 시달리는 벌크선 업계에서는 군침을 흘릴만한 내용이다.

입찰방식도 변경됐다. 발전사들은 2개 이상의 컨소시엄이 참여해야 입찰이 성립되도록 함으로써 중소선사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여기에 중소선사에 대한 가산점 항목도 넣었다. 또 국적 선사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한 점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입찰 시작과정에서 글로비스의 참여를 선주협회가 문제 삼아 갈등이 생겼고, 이어진 재입찰이 유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에 발전사는 중소선사의 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총 9척의 벌크선을 4개와 5개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고, 대형선사가 2개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이번 계약을 따냈다.

대기업이 유리 VS 공정한 입찰

이번 입찰 건에 대해 중소선사들은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이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마지막 입찰에서 중소선사에게 기회를 준다면서 벌크선을 2개조로 나눴지만 입찰참여 컨소시엄은 대형선사가 최대 2곳만 참여하도록 제한했다. 사실상 4개 대기업이 2개로 나눠 참여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길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왠만한 중견이 아닌 이상 중소선사들이 대기업에 맞서 컨소시엄을 꾸리려면 최소한 5개사는 모여야 하지만 배분 문제 등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대형선사들이 컨소시엄에 중소선사를 하나라도 끼고 들어갔다면 좋은 상생 사례가 됐을 텐데,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선사들 사이의 담합설도 나왔다. 한 선사 관계자는 “막판에 대기업 컨소시엄이 하나에서 둘로 나뉘어 참여한 것 자체가 사전에 치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입찰 금액 차이도 고작 1~2센트 밖에 안 된다는 소문이 나오는데 누가 봐도 담합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발전사는 담합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입찰은 공정했다는 입장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발전사들은 이번 입찰에서 중소선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중소선사들이 컨소시엄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계약에 성공한 한 선사 관계자는 말을 아끼면서도 “이번 입찰을 위해 우리도 내부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고, 최선을 다했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 계약식까지 치렀겠느냐”이라고 말했다.

기업 간 공동 참여 유도 등 문호 넓혀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입찰 건이 중소선사의 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문호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벌크선을 4개, 5개로 나눈 시도는 대기업의 쏠림을 막기 위해서였다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벌크선을 더 나누었거나 중소기업을 배려한다는 측면에서 1척의 벌크선이라도 우선 배정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입찰 조건에서 대형선사와 중소선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다음 입찰에서는 중소선사를 배려하는 조건을 더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계약 개요 ]
내용 : 18년 간 발전5개사 유연탄 수송선박 입찰, 척당 年 1백 만 톤 유연탄 수송
규모 : 15만 톤 급 벌크선 9척 신조(총 4,500억 원 규모)
낙찰자 : 현대상선(3척), STX팬오션(2척), 한진해운(2척), SK해운(2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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