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의 비결 ⑦

이제 반취가 연재하는 「골프와 인생」 독자 중에는 편안한 마음과 안정된 호흡이 골프에 긍정적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음과 호흡의 조화로 만들어내는 ‘장타’라든가 환상의 ‘아이언 샷’ 또는 ‘기분 좋은 퍼트’, ‘베스트스코어’ 등등은 골프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바쁘게 살아가는 일반 골퍼로서 그렇게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날은 일 년에 한두 번 경험하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마음이 안정된 호흡을 이끄느냐, 안정된 호흡을 위한 수련이 먼저냐 하는 물음 역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논란과 같다. 마음이 육체를 지배한다거나 육체가 마음을 지배한다는 따위 주장도 말장난일 뿐이다.

몸과 마음은 하늘과 땅이나 해와 달, 또는 물과 기름처럼 합쳐질 수도 없고 어느 쪽이 강하다 먼저다 랄 수도 없는 기찻길 같은 평행 관계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두 생명요소이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정기가 뭉치고 넘쳐 인간으로 태어날 때 하나의 육체 속에 담겨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지만 근원도 성질도 다른 것이다.

반취는 시집 「인생의 계절」에서 몸과 마음이 이상적으로 함께 하는 현상을 자연이라고 노래했다.
육신은 흙에서 솟아나고, 영혼은 하늘에서 내리나니/ 너의 울음은 신의 축복, 너의 허우적거림은 대지의 성스러운 춤/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자연이어라…….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안정과 평화를 구가하는 무대가 곧 자연인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연 속에 놓이기를 희구한다. 자연을 찾고, 머물고 싶어 하는 심리는 조물주(神)가 인간에게 부여한 영원한 과제- 합쳐질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이상적 조화를 이루어내려는 열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골프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놀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 배경은 여기에 있다. 골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는 절대조건이 ‘자연에서의 놀이’라는 데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휘두르는 호쾌한 스윙- 푸른 잔디 위에서 몸과 마음이 녹아 뭉쳐지는 무아경지의 체험-. 흔히 현대 기계문명의 폐해를 지적하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의 삭막함과 무미건조함, 자동차 따위의 금속성에 대한 반사작용에서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성을 회복하자며 자연에 귀일(歸一)이나 자연과 합일(合一)을 외치지만,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표현은 몸과 마음의 합일을 갈구하는 억누를 수 없는 원초적 감정(感情)이요 충동(衝動)인 것이다.

이렇게 자연이 몸과 마음의 안정과 평화, 합일을 이루는 광장이라면 여기 촉매(觸媒) 역할을 하는 것이 곧 호흡 수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의 호흡은 감정에 의해 마음에 혼란이 오면 쉽게 흐트러진다. 흥분하면 숨이 가빠지고 그래서 호흡이 거칠어지면 몸이 생각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사격이나 양궁 같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호흡을 꼽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감정을 흔드는 일차적인 요소는 흔히 목표 심리라고 여기는 ‘생각’이다. 오늘은 몇 타를 쳐야지, 내기를 하면 돈을 따서 캐디피를 내주고… 히히히… 등등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피어나면 오늘은 말을 적게 하고 한 타 한 타 신중하게 쳐야겠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결심이 단단하면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목표대로 잘 나가도 문제가 생긴다. 기분이 좋아지면 긴장이 풀려 몸이 흔들린다. 그래서 뜻과 판단에 어긋나는 샷이 세 번만 나오면 감정은 흐트러진다. 왜 세 번인가 하면 첫 한 번은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간다. 두 번째는 왜 이러지? 하고 모든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며 평상심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세 번째 미스 샷이 나오면 ‘거 참 이상하네. 오늘도 역시나 야. 틀렸군’ 하고 체념하면서 목표를 거둬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현상은 이런 체념 후에 일어난다. 목표를 접는 순간 마음이 안정되고 호흡이 정상화되면서 기막힌 샷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골프에서의 호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할까. 이 방면에서 민족의 비서(秘書)로 꼽히는 것은 조선시대 정염(1506~1549)이란 학자가 정리해서 남긴 용호비결(龍虎秘訣)이다. 그는 용호비결에서 폐기(閉氣)가 한마디의 비결이요,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도(道)라고 했다.

… 옛사람들은 누구나 이것을 숨겨서 내놓으려 하지 않았고, 알기 쉬운 말로 하려고도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처음 시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기식(氣息) 가운데에서 단(丹)을 수련해야 함을 알지 못하고 밖으로 금석에서 단을 구하였기 때문에 장생을 얻으려 하다가 도리어 요절하였으니 애석한 일이다.… 라면서 여기 더하여 폐기(閉氣)를 ‘패식(止息)’으로 오인하여 숨을 멈추는 식의 호흡 수련을 하다가 몸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잘못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폐(閉)’가 ‘닫는다’는 말이긴 하나 숨(息)이 아니라 기운을 닫는다는 것이다.

 폐기는 숨을 멈추는 게 아니라 기운이 단전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못 해석하므로 후학들은 머문다는 뜻을 가진 ‘머무를 (留)자를 써 유기(留氣)라 고쳐 적기도 하였다. 배에 기운을 둔다고 하여 복기(伏氣)라고도 하고, 기운이 차곡차곡 아랫배에 쌓인다 하여 적기(積氣), 축기(蓄氣) 등과 같은 용어도 사용했다.

어쨌든 들이쉬는 숨은 저장이므로 음이고 내쉬는 숨은 양이다. 이 원리로 관찰하면 음적인 운동과 양적인 운동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운동신경의 발달이 호흡과 근육의 조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축구, 배구 등 공을 가지고 내지르는 운동은 양이고, 유도나 레슬링, 씨름 등 당기는 운동은 음이다. 그래서 음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근육이 발달해 무게가 나가고, 양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가 몸이 가볍고 근육도 뭉쳐 있지 않다.

골프는 양 쪽을 모두 수용하는 중용(中庸)의 운동이다. 골프가 만인의 운동이면서 여타 운동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음양의 요소가 조화롭게 내재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어드레스는 철저한 고요함으로 음이고, 힘찬 스윙은 원 운동으로 양이다. 허리를 꼬고 어깨를 비틀어 힘을 저장하는 것은 음이고, 힘차게 내지르는 동작은 양이다.

내지르고 걸어가서 멈추고, 멈춘 후 또 내지르고, 다시 걷고, 그린에서 집중하고, 집중 후 밀어 넣기까지 음양, 양음이 순차적으로 바뀌는 운동인 것이다. 그런 만큼 골프를 잘 하려면 호흡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저장과 배출의 들숨과 날숨을 수련을 통해 체질화하여 필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수련을 통해 호흡이 안정되면 분명히 비거리가 좋아진다. 그리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들숨 후 폐기, 즉 축기 상태에서 샷을 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좋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올바른 호흡과 자세를 배우는 데는 스승이 필요하다. 마치 골프를 시작할 때 티칭프로에게 배우는 것처럼. 그러나 스승의 가르침은 한계가 있다. 더욱 뛰어난 선생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낭인 시절 훌륭한 사부를 만나기 위해 당대 최고의 검술 가문을 찾아갔을 때, 무사시의 자질을 알아본 명인은 이렇게 말했다.

“스승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라. 너의 창의성이 일정한 틀에 갇혀 죽을 뿐이다. 너는 너이고 선생은 선생이다. 선생의 무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것은 선생의 것일 뿐, 너의 것은 아니다. 사람의 최고 선생은 자연일 뿐, 너는 자연에서 모든 것을 알아내고 또 그 속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

이 말에서 깨달음을 얻은 무사시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도를 완성한다. 무려 69명의 최고 검객을 상대해 이겼으며, 결국은 자기 자신을 이기고 자연과 함께하는 경지에 올랐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