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자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와 폭설로 인해 택배 사정이 영 좋지 않다. 오늘 집화하면 내일 배송되는 우리나라 택배의 배송 스피드가 동장군의 기세에 밀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택배 환경에 이제 날씨 변수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날씨 변수를 그저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무언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영향으로 인해 요즘처럼 폭설이 내리면 당연히 배송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 책임은 택배 잘못이 아니라 날씨 탓 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필자가 다니는 홈쇼핑에서도 고객에게 폭설로 인해 배송이 지연될 수 있음을 안내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이 우리 생활이 된지는 이미 오래라고 말씀 드린 바 있다. 날씨 변수는 이 온라인 쇼핑을 더 가중시키는 촉매제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폭설이 내리고 연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게 되면 평소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고객의 쇼핑 주문 증가는 당연한 것이고 평소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따뜻한 집에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홈쇼핑을 보면서 쇼핑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요즘 대세인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할 것이다. 정말 편하고 느긋하게 말이다.

자, 그럼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가는 반대 상황도 생각해 보자. 외출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대충 차려 입고 간다고 해도 챙길 게 많은데 아이가 있으면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렇게 30~40분 외출 준비 마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골목골목 빙판길을 헤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가는 것이다.

운전하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는가! 빙판길이나 눈길에서 운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한 명도 없다. 가족이 함께 타고 있는데 집중하고 또 집중하고 모든 신경을 다 쓴다. 그렇게 무사히 도착해도 쇼핑이 시작되면 아내와 싸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함께 간 아이들도 쇼핑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그냥 부모가 싸우는 날로 인식되기 싶다.

오프라인 시장은 악재이지만 온라인 시장에서는 호재인 것이다. 당연히 온라인 주문은 증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도 태풍이 와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편히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터치 하거나 TV홈쇼핑을 보고 전화 한 통화하면 사고 싶은 상품 주문할 수 있고 주문 후 2~3일이면 배송이 되는 그 편리함을 누가 거부하겠는가?

날씨 변수는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물량이 늘어 좋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요즘 물량이 초과되어 하루하루 처리하기도 버거운데 날씨 변수로 추가 물량이 늘어났으니 오죽 하겠는가!

빙판길 눈길 운전해야지 날씨는 춥지 고객은 왜 배송이 늦냐고 항의하지 정말 삼중고에 시달린다. 배송시간은 더 늘어질 수 밖에 없다. 하루에 150개 처리했다면 지금은 120개면 많이 한 것이다.

그나마 그것도 아파트 단지가 많은 대도시 위주의 상황이지 산간지역이나 시골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리 물량이다. 정말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택배기사가 겨울철에 가장 많이 그만 둔다.

우리가 흔히 경제를 생물로 비유하는데 택배는 도미노 생물이다. 얼마 전 인터넷 서적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한 중소 택배회사의 파산이 현재 택배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추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중소 택배회사의 물량이 메이저 택배회사로 이전 되었는데 겨울 방학 기간이 인터넷 서적 물량이 가장 많을 때인 데다가 폭설 한파가 겹치면서 택배기사 이탈이 가속화 되었고 이로 인해 모든 택배회사들이 택배기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면서 택배회사 사이에 택배기사 이동이 찾아지게 되었고 지금이 기회다 싶어 택배기사를 확보하고 있는 일부 조직이 택배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당장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택배기사는 이탈하고 있고 물동량은 계속 증가하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누구 탓만 할 수는 없고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 세밑과 새해의 택배 모습이다.

그런데 필자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2013년이 되면 오히려 이런 상황이한 층 더 악화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 물류회사의 탄생이 택배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으로 가속화 되면 시장에서 사용 할 수 있는 무기가 불 보듯 뻔해진다. 결국 택배 단가 하락이라는 상황으로 귀결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택배영업 조직의 붕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가 정책 지원이 제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현 상황에 비추어 보면 정말 위기다.

택배는 국민 생활 편의서비스다. 그런 국민 생활 편의서비스가 무너지는 것이다. 택배를 통해 저렴하게 편의서비스를 이용했던 것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고 생각해 봐라.
국가 조직인 우체국택배가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 턱도 없는 소리다. 지금 택배 이용료의 몇 배를 준다고 해도 불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경영을 하는 리더라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 홈쇼핑 배송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반대로 최상의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긍정의 힘이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잠시 상상하고 꿈 꿔 봄으로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기 때문이다.

대형 물류회사 탄생이 우리나라 택배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주요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로 인해 서비스 경쟁과 차별화 경쟁으로 택배단가가 정상화 되고 이를 바탕으로 택배시장이 재편 확대되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트렌드를 보면 택배 시장은 점점 더 나빠졌고 지금도 나빠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바로 코앞까지 온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잠시 하든 일을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상황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바꿀 수 있을까?’
상황이 복잡해지고 어려울수록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가 처한 택배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자’이다. 식사 할 때 기본은 꼭꼭 씹고 과식하지 않는 것이고 운전 할 때 기본은 안전벨트 매고 신호 지키고 과속하지 않는 것이며 운동 할 때 기본은 사전에 5분 정도 몸을 풀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기본이라고 정의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의미가 바로 ‘과(過)’ 즉, 지나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택배 시장은 기본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졌고 넘쳐버린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각 택배회사마다 기본의 수준은 틀림없이 다를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의 기본은 어느 정도인가?’에 자신 있게 답 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을 알아야 기본과 어느 정도 넘쳐 있는지 측정 할 수 있지 않은가!

필자는 택배회사의 기본을 택배기사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택배기사가 새벽에 출근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배송할 수 있는 물동량은 기본이 될 수 없다. 지금 사정상 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 배송 후 퇴근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 한 끼 먹을 수 있는 나를 지탱해 주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물동량이 바로 필자가 생각하는 기본이다. 모든 택배회사가 현장을 최우선 한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 하지만 정작 택배기사의 기본적인 생활 패턴을 고려하지 않는다.

현장 최우선은 택배기사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물동량을 하루에 처리 하는 가로 귀결된다. 어떻게 하면 중계 생산성을 높이고 어떻게 하면 간선 차량 효율성을 높이며 어떻게 하면 물동량을 유치할 것 인지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그 상위의 개념에 택배기사의 생활 패턴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택배 카파라치 제도, 택배 차량 증차 등 엄청난 현안이 택배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은 그저 옵션일 뿐이다. 옵션만 바라보고 있다면 조금도 나아질 수 없다. 지금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2013년 설을 기점으로 택배대란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우리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인 것이다. 이것저것 재고 눈치 보느라 타이밍을 놓치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도 지난 해부터 택배기사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사기진작 이벤트나 포상을 진행해 오고 있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라도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기면 그게 바로 개선이다. 그런 개선 활동이 차곡차곡 쌓일 때 지금의 택배 환경이 달라지게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이면 정말 좋겠지만 반드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택배는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정말 다사다난한 2012년 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2013년을 보낼 때쯤 이면 2012년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해라고 말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한 것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시간이다. 우리가 어떻게 선택과 집중해서 사용하는지가 우리의 2013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굳게 믿는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언제나 결론은 해피엔딩이라고.

다음 호에는 불황에 대처하는 2013 유통 대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012년에 보내주신 많은 격려와 성원을 새해에도 부탁드리며 이번 호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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