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13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국 300개 택배영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택배업계 운영 실태 및 애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요지는 택배업계 수익률이 지난 해 대비 5.8% 하락을 했고, 택배 1박스를 5,000원에 배송 시 평균 325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택배기사는 1인당 하루 배송 물량이 110개이고 평균12시간을 근무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고 체감하고 있는 현실은 훨씬 더 가혹하다. 전국 300개 영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기에 1인당 하루 배송 물량이 110개인 것이지 대도시 특히 수도권만 놓고 보면 하루 배송 물량이 최소 150개 이상일 것이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1인당 물동량은 해마다 상승하고 근무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져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택배 영업 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달된 택배 치킨게임을 누가 멈출 수 있겠는가?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종사자가 현재 택배단가가 ‘너무 낮다’라고 89.7%가 답한 것이다. 필자가 좀 가혹하게 이야기하면 현재 우리나라 택배시장은 택배원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택배영업소를 운영하는 대리점 사장은 기존 인프라에 물동량(생산성 확대)만 늘리면 늘어난 물량만큼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당연히 물동량 유치를 위해서 저단가 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치킨게임이 자기 자신의 목을 옥죄는 꼴이 된 것이다.

현재 상태라면 택배영업소에서 그렇게 원하는 택배단가 인상은 결코 오직 않는다. 오히려 택배단가는 점점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택배단가 인상의 단초는 바로 택배영업소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1인당 물동량의 여파는 고스란히 택배불만으로 나타난다. 이번 대한상의 조사결과에서도 영업소로 접수되는 택배불만 유형이 잘 나와 있다.

필자가 ‘서비스 품질, 가치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에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예를 들면서 한 명의 불만 고객이 25명에게 불만을 전파하고 그 25명은 12명에게 2차로 전파하여 결국 300명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지금 현 시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고객 불만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택배 저단가’, ‘택배차량 증차’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게 아니다. 고객 불만에 귀 기울이고 하나하나 고객 불만을 해결해 갈 때 비로소 돌파구가 보이게 된다.

필자가 고객 불만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고객 불만이 발생한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거나 결핍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부족하거나 결핍된 것을 채우기만 하면 그게 바로 블루오션이 되기 때문이다. 경영을 하는 모든 회사가 그렇게 찾고 싶어 하는 블루오션시장은 바로 늘 우리 곁에 와 있다. 우리가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도 늘 배송서비스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있다. ‘고객이 우리 상품 배송 받을 때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일까?’
바꿔 말하면 ‘우리 회사 배송서비스 중에서 가장 결핍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이다.
여러분도 한번 여러분 회사의 결핍에 대해서 되물어 보길 바란다. ‘택배 이용 시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일까?’가 바로 택배 블루오션의 시작이다.

아직도 감이 오지 않으신다면 필자 회사 사례를 이야기 해 주겠다. 필자 회사 이용 고객들은 배송 시 가장 불편한 것으로 ‘며칠 몇 시에 배송 되는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택배 상품보다는 설치상품을 받는 고객들에게서 그 강도가 훨씬 심했다.

택배는 보통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거나 늦어도 모래에는 대부분 받게 된다. 따라서 며칠보다는 몇 시가 더 중요하지만 반면에 설치상품은 도대체 며칠에 오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항목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에서 가구나 냉장고 등 설치 상품을 주문하는 경우에 주문시점에서 며칠에 배송이 되는지 안내해주는 회사는 없다. 택배 상품은 주문시점에서 고객에게 배송예정일을 안내 할 수 있다. 지금 그렇게 운영이 되고 있다. 반면 설치상품은 주문시점에서 고객에게 배송예정일을 안내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왜 안내할 수 없는가?’하면 설치상품이 택배처럼 배송추적시스템을 공유하는 물류서비스 회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구 배송의 경우 대부분 자체 배송망을 이용하거나 배송 위탁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가구를 배송해 주는 물류회사가 매우 열악해서 배송추적시스템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가구나 설치상품의 배송이 온라인 쇼핑 회사의 가장 큰 배송 불편사항 인 것이다.

배송추적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언제 배송이 오는지?’ ‘어디쯤 배송이 왔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뿐인 것이다.
배송추적시스템이 있으면 고객이 문의했을 때 클릭 한번으로 해결될 일이 위에서 보듯 최소 4콜 이상의 전화통화가 이루어져야 고객에게 피드백이 갈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설치상품 택배서비스를 위해 몇 군데 택배회사가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지만 그들이 본 것은 정확하게 블루오션 시장이 맞다. 아무도 진출해 있지 않은 말 그대로 깃발만 꽂으면 자기 땅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올 해 한 대형 택배사에서 설치택배를 블루오션으로 선정하고 힘차게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필자의 회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홈쇼핑 최초로 설치택배시스템을 오픈 할 예정이다.
물런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필자가 필자 회사의 설치상품의 배송서비스를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블루오션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고객이 불편해 하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그렇게 접근해 보면 지정시간 배송, 출근전 배송, 야간 배송, 고객self 배송, 포장재수거 배송, 저탄소 배송 등 정말 많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바쁘다 바빠, 택배기사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택배서비스를 짊어지고 있는 우리 택배기사 아저씨들에게 너무나 많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면서 택배 기본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풀어보고자 한다.

정말 완연한 가을이다. 커피가 점 점 더 깊어지고 맛있어지는 계절인 것 같다.
늘 이 맘 때가 되면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 생각이 난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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