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下)

 

 

인생은 계속해서 문제를 만나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골프 역시 할 때마다 새로운 과제를 만나고 답을 찾는 연속이다.

주변을 보면 일차적인 답은 동반자나 친구와 주고받으며 대개들 쉽게 찾아내는 것 같다. ‘아항! 이런 것이었구나.’ 식이다. 그러나 같은 과제가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반복해서 나타나다보면 곧 혼란이 오고 성질도 난다.

스스로 깨달음으로 찾아냈다고 하는 답이 충분하지가 않은 것이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모두 알고 있는 이론이나 진솔한 기량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골프의 세계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웃음은 짧고 눈물은 길게 흐른다.

골프장에서는 짜릿한 기쁨의 순간은 짧고 속이 상하는 일들 천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슬픈 일이나 속상했던 샷들은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짧은 웃음, 짜릿한 쾌감의 순간들뿐이다.

그런 기억이 우리를 다시 골프장으로 이끈다. 애초에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면 이런 인고(忍苦)의 세계를 모르고 편안하게 살았을 것을… 그러나 주위에 골프 안 하는 사람이 드물고 모임에 가면 골프 이야기뿐이니 안 할 수도 없다. 

마치 애증(愛憎)이 반복 되는 남녀 관계와 같다. 혼자 살면 편하겠는데 주위의 시선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함께 살려고 하니 신경써야할 게 너무 많고 힘들고… 어떻게 하면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학창시절 일화가 있다. 여자 때문에 공부가 안 될 때는 먼저 그 여자를 정복하라는 말이었다. 여자를 정복하려면 여자의 특성을 연구해야 한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그 다른 점을 나열해본다.

▲여자는 옷을 벗을수록 시선을 받고, 남자는 잘 입을수록 시선을 받는다. ▲여자가 짝사랑 할 땐 보고도 못 본 척하지만, 남자가 짝사랑 할 땐 목소리가 커진다. ▲여자는 증명된 사랑도 불안해하지만 남자는 작은 사랑의 증거에도 용기를 얻는다.

▲여자는 자랑할 일이 생기면 친구를 찾고 남자는 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친구를 찾는다.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와 같이 다니지 않으려 하고, 남자는 자기보다 돈 없는 남자와 같이 다니지 않으려 한다.

▲여자는 허영심을 위해 무언가를 들고 다니고, 남자는 자존심을 위해 무언가를 들고 다닌다. ▲여자는 수다로 남자를 질리게 한다. 남자는 침묵으로 여자를 오해하게 한다. ▲여자는 성공을 위해 남자를 고르기도 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성공하기도 한다.

▲여자는 호기심 때문에 사랑을 한다. 남자는 소유하기 위해 사랑을 한다. ▲여자는 과거를 파헤치고 산다. 남자는 미래를 이끌기 위해 산다. ▲여자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찾아 나선다. 남자는 방황하다 방황하다 정착하게 된다.

▲실패한 사랑 앞에서 여자는 후회하지만 남자는 자학한다. ▲여자는 몰라도 되는 일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남자는 꼭 알아야 할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여자는 우월감이 생기면 상대를 칭찬한다. 남자는 상대를 존경하면 칭찬한다.

▲여자에겐 사회는 사회, 사랑은 사랑이다. 남자에겐 사회 안에 사랑이 있다. ▲여자는 싸우면 남자가 끝을 말할까 걱정한다. 남자는 싸우면 자신을 속 좁게 볼까봐 걱정한다. ▲여자는 돈이 생기면 쓸 일에 신경을 쓴다. 남자는 돈이 생기면 모을 일에 신경을 쓴다.

▲여자는 남자의 허풍에 속는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속는다. ▲여자는 남자의 감정을 느낌만으로 알 수 있다. 남자는 여자의 감정을 말해 줘야 안다.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여자의 과잉친절은 곧 무관심으로 바뀌기 쉽다. 남자의 과잉친절은 곧 구속으로 바뀌기 쉽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여자는 자신을 위한 남자의 노력에 감동한다. 남자는 자신을 위한 여자의 희생에 감화된다.

▲여자는 언젠가 필요할 것을 알기에 친구로 남기를 원한다. 남자는 상처를 덜어내기 위해 친구로 남자고 한다. ▲여자는 사랑 받을 때 사랑을 보여준다. 남자는 사랑을 못 받을 때 더 사랑을 주려 한다. ▲여자는 아이를 보면 과거의 자신을 생각한다. 남자는 아이를 보면 미래의 자식을 생각한다.

▲여자는 위로받기 위해서 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다시 울지 않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 ▲여자는 남자 자체보다는 평판에 이끌린다. 남자는 여자 평판보다는 외모에 이끌린다.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해도 잊고 만다. 남자는 용서한다고 해도 남겨둔다. ▲여자는 큰 사랑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남자는 조금만 사랑받아도 대수롭게 생각한다.

▲여자는 칭찬을 받으면 여왕처럼 된다. 남자는 칭찬을 받으면 어린애가 된다. ▲여자는 옷을 어떻게 입을까 고민한다. 남자는 그 옷을 어떻게 벗게 할까 고민한다. ▲여자는 아름다움으로 남자를 지배하려 한다. 남자는 그 아름다움을 지배하려 한다.

▲여자는 애교와 주접을 혼동한다. 남자는 터프와 괴팍을 혼동한다. ▲여자는 애인 때문에 친구를 버릴 수 있다. 남자는 애인 때문에 친구를 버릴 수 없다. ▲여자는 해선 안 될 사랑을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남자는 해선 안 될 사랑을 이기심으로 시작한다.

▲여자가 매달리는 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남자의 공격적인 사랑은 대부분 이루어진다. ▲여자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한다. 남자는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을 한다. ▲여자의 변덕은 마음이 약해 보인다. 남자의 변덕은 줏대가 없어 보인다.

▲여자 뒤에는 항상 돈이 있다. 남자 뒤에는 항상 여자가 있다. ▲여자는 더 사랑해 주는 남자에게 끌린다. 남자는 더 말 잘 듣는 여자에게 끌린다. ▲여자는 자신만을 사랑한다. 남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여자는 남자를 착각의 황제로 만든다. 남자는 여자를 불만의 여왕으로 만든다.…

이렇게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보다 중요한 차이는 성감대에 있다. 남자의 성을 자극하는 감대는 첫째가 시각(視覺)이다. 남자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 강한 자극을 받는다. 야동을 보거나 노출이 심한 여자만 보아도 흥분을 느낀다.

다음은 후각(嗅覺)이다. 여자의 살 냄새, 머리 냄새에 남자는 황홀해 한다. 여자들이 향수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여자가 감동하는 첫째 성감대는 청각(聽覺)이다.  자기에게 좋은 소리 ―. 네가 제일 예쁘다거나 너만을 사랑해. 나에겐 너 뿐이야. 같은 소리를 쫓아다닌다. 다음은 촉각(觸覺)이다.

소위 피부와 피부의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를 뜻하는 스킨십(skinship은 일본식 조어로 영어에는 없다. 영어권에서는 touch나 petting을 쓴다)이라고 하는 것. 만약 어떤 남자가 있어 청각에 자극을 주지 않고 바로 촉각 단계로 진입하면 그것이 성희롱이 된다. 
         
자. 이만큼 연구 자료를 제공했다면 여자를 정복하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골프코스도 여자라고 했다. 골프를 정복하는 것 또한 여자를 정복하듯 잘 연구하면 어려울 것이 없다. 힘드네 어렵네 피곤하네 하는 따위 투덜거림 없이 아아, 제일 예쁜 골프장.

난 너를 정말 좋아해. 하면서 수시로 잔디를 쓰다듬어주며 라운드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홀컵이 당신의 볼을 강력하게 끌어당길 것이다.

소설가/골프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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