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경력의 포워딩 업계 女 베테랑

남성들의 땀냄새가 가득할 것만 같은 물류업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맡던 것에서 벗어나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 따뜻함, 때로는 냉정하고 차분한 점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중견 포워딩 기업 맥스피드의 삼국간팀을 이끌고 있는 심재민 팀장은 회사가 자랑하는 여성 전문인력이다. 맥스피드에서만 17년을, 그것도 삼국간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해온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본 심 팀장은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역학도 출신…삼국간 업무 매력적

심재민 팀장은 무역학과 출신이다. 무역업종에서 일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경상계열에 관심이 있었고 그 중에서 무역학과가 마음에 들었단다. 공부하면서 물류에 대해서도 살짝 접해보긴 했지만 이때만 해도 물류업계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 무역과 관련 있는 회사를 지원했는데, 합격한 곳이 맥스피드였다.

“우리 회사는 제가 처음 입사할 때나 지금이나 건물은 똑같아요. 회사가 커가면서 사무실을 조금씩 넓혀나갔죠. 사람도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심 팀장은 삼국간팀에서 일한다. 삼국 간에서 화주의 물건을 운송하는 것을 지원하는 업무다. 예를 들어 국내에 있는 A라는 회사가 중국에서 원자재를 사서 대만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녀는 입사할 때부터 삼국간 업무를 계속 해왔단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업무가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 예전에는 수출업무팀 안에 삼국간팀이 속해있었거든요. 그렇지만 몇 년 사이에 수요가 크게 늘면서 별도의 부서로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녀는 삼국간팀의 업무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항공과 해상, Sea & Air 등 포워딩이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물론 큰 골격에서 진행되는 업무들은 정해져 있어요. 대신 가지치기 처럼 생기는 케이스들이 많은 편이랍니다.”

여성의 세심함이 강력한 무기

요즘 같은 때에 17년을 한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 기자도 처음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제 성격과 맞는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도 있고……. 전 주기라는 게 있거든요. 이 일이 서비스업이잖아요. 화주를 상대로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쌓이죠. 갑과 을의 관계다보니 가끔 서운할 때가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요.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탁하고 걸릴 때가 있어요. 그때는 저도 가끔 쉬고 싶은 마음에 들 때가 와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컨트롤 한답니다. 이 고비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포워딩 업무가 여성에게도 잘 맞는 건지 궁금했다. “저는 여성들이 전문적인 포워딩 업무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의 능력과 선택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거든요. 기회가 많은 분야라고 봐요. 해외 화주들과 업무를 진행할 때는 어느 것 하나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럴 때 여성이 가진 세심함이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인간적인 신뢰 느껴질 때 보람 느껴

심재민 팀장에게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말을 꺼냈더니 방글라데시를 꼽았다.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 방글라데시에 화물을 보내는 업무를 맡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그곳은 전력 수급이 불안정했단다. “그때는인터넷도 없었고, 국제전화도 잡음이 너무 심해서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았어요. 서류를 보낼 때는 팩스를 쓰는데, 전기가 끊기면 다시 들어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죠. 보내다가 끊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보내야했습니다.” 삼국 간 거래이다보니 2개국에서 동시에 팩스를 보내거나 순서대로 보낼 때도 많았단다. 한 번 보낼 때 많게는 30장이 넘는 경우도 있었단다.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물으니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심 팀장은 “영업적으로 큰 성과를 얻었을 때보다 사소한 것에 따뜻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요. 목소리만 들어도 알거든요. 업무상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가 깔려있다는 걸요. 그럴 때 보람이 커요”라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거래하던 화주들이 우리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봐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하고 덧붙였다.

그녀는 취미는 여행이다. 1년에 한 번은 꼭 해외로 나가는데,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유명한 곳이 아니라 캄보디아, 케냐, 터키 등지로 간다고 한다. “동료들이 오지에 간다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포워딩 업계에 진출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인턴십 같은 걸 이용해서 간접적으로라도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배우는 것과 실제는 분명 다르거든요. 요즘에는 여러 가지 활로가 있으니까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후배들에게는 “선임자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요즘 후배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예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죠. 하지만 선임자들에게 한 번쯤 물어보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오픈마인드’도 강조했다. 업무를 하다보면 해외파트너를 많이 접하다보니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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