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대담] 한국물류의 미래, 철도에 있다 - 2

1. 철도물류 현황 진단과 활성화 방안

‘효율·시간·비용 경쟁력 있다’ 고객이 확신하게 만들자


철도물류의 미래가치는 크다. 그러나 미래가치를 현실화하기에는 철도물류 시설이나 시스템이 열악하다. 문제를 제대로 짚어야 나갈 방향이 나온다. 물류신문은 철도물류의 물류사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국 철도물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철도물류인인 김부철 코레일로지스 대표를 다섯 차례에 걸쳐 만날 계획이다. 그 두 번째로 우리나라 철도물류의 현황을 짚어보고, 활성화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대담은 본지 김성우 본부장이 맡았다. <편집자>

[연재 순서]

①철도, 그 물류적 가치의 재발견
②철도물류 현황진단과 활성화 방안
③유라시아 시대를 여는 ‘철의 실크로드’
④녹색성장의 핵심역량 철도물류
⑤한국철도물류의 비전

▲ 김부철 코레일로지스 대표. 그는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면에서, 시간면에서,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화주들이 철도 쪽으로 눈 돌릴 까닭이 없다"고 강조한다.
□김성우 본부장 = 대표님과의 첫 만남에서는 우리나라 철도물류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철도물류의 역할이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위축되어 있다는 평가가 내려졌습니다만, 물류효율성 제고와 녹색성장에 대한 요구 확대 등 환경변화가 철도물류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대륙연계 철도운송을 언급하면서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대목에서는 이번 연속 대담 기획이 미래지향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습니다.
오늘(2월 3일)은 우리나라 철도물류 현황을 짚어보고,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국내 철도 시설과 운영 현황부터 볼까요.

□김부철 대표 =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현황진단이 무엇보다 먼저 되어야겠지요. 지난번에 간략히 언급했습니다만 먼저 철도물류의 강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대량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철도화물운송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차 1량에는 50톤 정도를 적재할 수 있고, 1개 열차에는 평균 25량까지 연결이 가능하니까 1,000톤 이상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죠.
게다가 철도의 신속성과 정시성은 타 수송수단의 추종불허입니다. 철도는 체증현상이 없습니다. 도로체증과 같은 현상이 없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철도는 날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전천후 수송이 가능하므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송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화주고객에게는 큰 매력입니다. 철도운송의 안전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10억인, 톤km당 연간 사고건수는 도로의 경우 약 2,800여건이나 철도는 25건에 불과합니다.
환경친화성 측면에나, 국토이용 효율성 면에서도 단연 돋보입니다. 단위당 에너지 소비량이 화물자동차의 14분의 1,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물자동차의 1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철도운송은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을 적게 하는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철송 물동량 꾸준한 증가에 대비해야

□김성우 본부장 =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니 2010년 말 현재 고속철도, 일반철도, 광역철도를 포함하여 총 3,557.3km의 철로가 운영 중이더군요. 복선화율은 49.6%, 전철화율은 60.4% 수준으로 나와 있습니다. 화물열차는 하루 300회 가량이 운행 중이고 철도화물을 취급하는 주요 물류기지로는 철도CY가 28개역에 약 90만㎡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는 집계가 나와 있습니다. 물동량 추이로 보았을 때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김부철 대표 = 철도 화물수송실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감소하였다가 2003년까지 다시 반등했습니다만 이후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장 낮은 실적을 보였지요. 2000년 4,524만 톤에서 2009년 3,890만톤이니까 연평균 약 1.66%가 준 셈입니다. 그나마 2010년과 지난해 다소 회복이 되었습니다만.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앞으로 철도화물 발생량은 2031년 약 8,200만 톤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컨테이너 화물 증가율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2031년 기준 발생량 비율로 보면 여전히 비컨테이너 비율이 60%대로 높게 유지되겠지만 최근 화물의 포장형태가 컨테이너화 되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기존 경부선 선로의 여유 용량 발생 등으로 경부선을 이용하는 컨테이너의 물동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설 미비, 화물유치 발목 잡아

□김성우 본부장 = 그렇다면 늘어나는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시설 공급이 늘어야 할 덴데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교통 SOC 투자를 집계한 자료를 보니까 그 기간 중 철도 투자는 전체의 24%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지역간 철도연장도 287km밖에는 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다른 이유들이 많겠습니다만,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떨어지는 이유가 시설부족 때문이 아닌지요?

□김부철 대표 = 그렇습니다. 철도여객 수송분담률은 KTX 개통과 수도권 광역철도 등의 영향으로 소폭 늘었습니다만 화물의 경우 철도 수송분담률은 정체상태입니다. 철도의 화물 수송분담률은 2000년 이후 2008년까지 2002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그나마 6%대를 유지했습니다만 2009년에는 5.07%, 2010년에는 5.04%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분명한 것은 철도 SOC 부족이 늘어나는 물동량을 철도 쪽으로 유인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도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주요 간선철도가 한계용량에 도달했고 물류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화물터미널, 집배송단지 등의 확충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기존 화물터미널은 환적, 보관 기능보다는 알선대기를 위한 주차장 기능을 수행하는 정도입니다. 주요 화물 취급역과 물류기지가 있기는 하지만 지역별 화물수송수요에 비해 물류인프라가 분산돼 있는 등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주력화물이 벌크화물에서 컨테이너화물로 급변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물류인프라 시설과 투자가 부족하죠. 항만, 산업단지 등에 철도인입선이 없거나 있더라도 화물처리시설 미비로 철도의 화물유치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요 항만에 인입철도가 건설되기는 하였지만, 선로 외에 화물취급장(CY)을 확보하지 못해 복합일관수송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화물 취급역의 경우도 화물처리장이 없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곳이 꽤 있습니다.

타운송수단 연계불가피, 시스템이 관건

□김성우 본부장 = 고비용 저효율의 낙후된 수송구조도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철도는 ‘door to door’라는 고객요구를 자체 기능만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타 수송수단으로의 환적이 없이는 문전운송이 불가능합니다. 문전운송 종결자는 트럭운송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도로적체를 유발하고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트럭운송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논의가 오래 전부터 되어왔습니다.

□김부철 대표 = 현재 국내 화물운송의 대부분을 화물자동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물차동차는 사업규모가 영세하고 사업용 화물차의 대부분이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정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화물자동차 공차 통행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철도가 도로운송의 대안인 것만은 분명한데 철도의 기능적 한계와 몇몇 부문에서의 경쟁력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철도는 독자적으로 문전수송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역과 최종목적지까지 다른 수송수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셔틀운송비, 상하역비 등 부대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셔틀 연계 수송과 보관을 위한 접점에서의 물류인프라와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으면 그나마 나을 덴데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복합물류거점 시설 철도연계성 떨어져

□김성우 본부장 = 지난해 4월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에 보면 철도가 도로에 비해 속도 경쟁력도 떨어지고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는 분석자료가 나와 있더군요. 서울-부산, 서울-대구간 등 고속철도가 개설된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기점 노선에서 철도가 도로에 비해 속도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송비용 면에서도 마찬가진데, 수도권과 부산간 컨테이너 운송비용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철도운임만을 놓고 보면 화물차 운송의 4분의 3 수준입니다만, 셔틀운송, CY조작료, 상차료, 하역료 등을 포함할 경우 철도운송 비용이 도로운송비용을 훨씬 웃돕니다.

□김부철 대표 = 고속철도를 제외하고는 투자부족에 따른 시설낙후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철도의 속도경쟁력이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철도이용을 기피하게 되고, 이에 따라 철도투자가 정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철도역 접근시간을 제외한 평균속도 측면에서도 일반철도의 평균속도는 고속도로의 평균속도보다 느린 수준입니다. 열차운행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급경사, 급곡선 구간이 많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지요. 여객 중심으로 철도가 운영되다 보니 화물열차 운행시간이 야간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철도운송과 도로운송이 만나는 지점의 물류거점시설이 비효율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국 5대권 복합화물터미널의 경우 철도 연계수송이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철도물류의 가장 큰 약점인 셔틀비용 증가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연계성을 고려한 복합화물터미널 건설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화주는 이익 된다고 생각해야 움직인다

□김성우 본부장 = 철도물류정보시스템의 구축, 고객맞춤형 고속컨테이너열차(Block Train) 투입, 철도운송 파렛트 표준화, 철송용 오픈 수송용기의 개발, 대형화주기업과의 철도물류 활성화 MOU 확대 등 철도물류 효율화와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 같습니다. 철도물류 활성화 방안을 짚어주시지요.

□김부철 대표 = 앞서 논의되었던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도화물운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물류정책 패러다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인센티브와 같은 지원책은 약효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동량 증가에 대비한 철도망 확대는 기본입니다. 특히 산업단지, 공항만, 물류단지 등에서의 연계시스템 효율화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면에서, 시간면에서,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화주들이 철도 쪽으로 눈 돌릴 까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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