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에서 길 찾기

물류기업들은 항상 ‘위기’라고 말한다. 또 영원히 ‘을’일 수 밖에 없다고 푸념하면서 공염불이 될 줄 알면서도 ‘화주들의 인식 전환’만을 외친다. 정부에 대해서도 ‘말로만 물류가 중요하다면서 괄시한다’며 끊임없이 목멘 소리다. 이래서는 제 몫 찾기도 어렵고 미래의 희망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 이에 물류신문은 창간 14주년 기념특집으로 ‘물류업계, 칼자루를 쥐어라’ 는 테마기획을 준비했다. 업계 스스로가 나서자는 것이다.

1. 안에서 길 찾기: 정부도 기대할 수 없고, 화주도 믿을 수 없다면, 업계가 스스로 길을 뚫어야 한다. 조직적 파업을 해서라도 운임을 정상화시켜야 하고 덤핑이 잦은 물류기업과 악덕화주의 리스트를 공개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물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인사(人士 )를 국회로 보내 법·제도적으로 업계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는 업계 종사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본 것이다.

2. 숨은 자금 찾아먹기 :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자금들이 있기는 하지만 물류산업에는 제한적이다. 정부 역시 물류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폭을 넓혀 보려 하지만 재원의 한계가 있다고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숨어 있는 정부 지원자금 발굴과 함께 물류산업에 대해 제한적인 지원자금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강력한 대응책 모색을 주문하고 있다.

3. 진입장벽 높이기 : 화주기업들의 물류시장 진입, 다시 말해 자가물류나 2자물류 체제로의 전환이 늘면 시장의 파이는 분산되기 마련이다. 파이가 분산되면 전문 물류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가경쟁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야 한다. 업계는 화주들의 물류시장 진입 확대에 대해 ‘진입장벽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서의 진입장벽이란 법·제도적 장벽이 아니라 물류기업 스스로가 쌓는 진입장벽을 말한다. ‘물류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심어지면 진입장벽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진입장벽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쌓인다. 업계 전문가와 실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하드웨어 △규모의 경제 △노하우(지식) △운영의 안정성 △브랜드 가치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로 집약된다.

4. 기고 - 변해야 한다 : 석태수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장은 ‘물류산업은 변해야 산다’고 말한다. 석태수 회장은 화주들에게 물류기업과 동반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을 과감하게 내딛자고 제언하는 한편 물류기업들에게도 남 탓만 하지 말고 자생력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특히 석태수 회장은 물류산업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한 곳에 대해 과감하게 규제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했다.


물류업계여 스스로 일어서라  - 1 안에서 길 찾기

“제 앞가림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정부도 아니다. 화주도 아니다. 그렇다면 안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제 앞가림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살쾡이 파업으로는 안된다”

물류신문은 지난 10월 1일자 사설을 통해 지난해 말 택배대리점 소장의 자살을 언급하며 현장의 삶이 보장되는 물류시장을 만들자고 한 바 있다. 이에 물류업계도 ‘우리 택배기사나 우리를 위해 일하는 지입차주들을 죽음으로 모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운임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물론 운임을 현실화하자는 논의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화주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그리 했다가는 나 먼저 주저앉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서인지 실행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범 업계 차원의 파업이라도 해서 상황을 바꿔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택배가 멈춘다면 분명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택배시장이나 3PL시장에서는 택배기사나 지입차주들의 파업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살쾡이 파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소속 물류기업이나 자신에게 일을 맡기는 화물운송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시장 전체, 다시 말해 화주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살쾡이 파업(wild cats strike)이란 노동조합 지도부가 주관하지 않는 비공인 파업으로, 노동조합이 근로대중의 현실적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습적 산발적인 형태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살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택배업계나 3PL업계는 살쾡이 파업이 아니라 조직적 파업을 해서라도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고, 종사자들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강력한 자체 공정거래시스템 만들자”

경쟁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물류기업 고위 관계자들도 자주 모여 화주들을 성토하고, 운임덤핑 하는 경쟁사를 입을 모아 욕한다. 그리고 가끔은 ‘운임 올려보자’며 뜻을 모으고 악수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실천이 되지 않는다. 어렵사리 운임 올리기에 나서면 ‘담합’으로 걸린다. 법이 인가한 신고요금을 100% 받자고 모여서 얘기만해도 담합에 걸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한 움직임을 담합행위로 본다면 신고요금을 법으로 인가한 정부에게는 신고요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운임을 강요하는 화주에 대해 제재를 가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역발상으로 치받는다. 이는 ‘정부가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강력한 자체 공정거래시스템을 만들어 업계 스스로가 시장을 정화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윤리위원회 결성을 통해 화주들에게 동종업계 경쟁사보다 낮은 운임을 제시할 경우 그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되곤 한다. 이 역시 담합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업계 협회·단체를 통해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 방안은 어떨까? 운임덤핑이 잦거나 잦지는 않지만 그 행위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물론 악덕 화주의 리스트를 공개하자는 제안이다. 시장에는 정보가 흐른다. 감출 수 있는 것이 없다. 누가, 누가 문제의 기업인지 다 안다. 그러나 공개되는 것은 꺼린다. 자신도 그 속에 있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 시대다. 부정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드러내면 길이 뚫리는 시대다. 우리 업계도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자체 공정거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물류를 아는 人士를 국회로

내년 4월 19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해운업계에도 몇몇 인사가 나설 것이란 소문이 있다. 기정사실화된 인사도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들을 국회로 보내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사실 해운업계는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로 흡수 통합되면서 정책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해양수산부가 되었든, 물류해양부가 되었든 해운물류를 담당할 부서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뜻을 같이하고 있는 인물이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물류산업을 박대한다면 ‘민의(民意)’를 동원해 보자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민의가 모여 만들어진 정치기구는 ‘국회’다. 그곳에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다. 현재 국회에는 국토해양위원회가 있어 물류현안을 다루고,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물류포럼도 있다. 하지만 업계의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고, 잘못된 물류정책을 바로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류산업에 종사하던 전문가가 되어도 좋고, 물류관련 정책을 오랫동안 책임져온 퇴직 공무원이 되어도 좋다. 이들 중 뜻있는 인재를 국회로 보낸다면 상황은 크게 변할 것이란 기대다. 누군가가 물류를 아는 사람이 국회에 있다면 차량 수급문제나 물류시장 진입 문턱 높이 조절 등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누군가 총대를 메야 실마리가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응원하면서 언급한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민권운동가가 국내에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로자 리 루이즈 매콜리 파크스(1913년 ~ 2005년)는 1955년 12월 1일,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하였고, 결국 이것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382일 동안 계속된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으로 이어졌고, 이 운동은 인종 분리에 저항하는 큰 규모로 번져 나아갔다. 이때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여기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과 권익을 개선하고자 하는 미국 민권 운동의 시초가 되었다.(이상 ‘위키백과’ 참조)
물류업계에도 총대를 메겠다며 나서는 인물이나 기업이 나와야 운임 현실화든, 화주와의 대등한 관계 구축이든, 물류산업 중심의 정책 전환이든 업계의 숙원이 풀릴 것이란 주문이 있다.
‘총대를 메다’는 말은 ‘아무도 나서서 맡기를 꺼리는 공동의 일을 대표로 맡다’는 의미다. 총대를 메려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롤 모델(role model)’이 되기를 자처해 나서야 실마리가 보인다. 운임 정상화든, 대화주 협력상 강화 등 총대를 메고 업계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는 규모가 있는 기업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성우 기자, soungwoo@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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