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라 창조적이어야 살아 남는다
틀을 깨는 발상, 創造經營의 모든 것

 

▲ 신영철 대표

20세기 경영과 21세기의 경영은 다르다. 20세기에는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됐지만, 제품의 품질에서 변별성이 없어진 지금은 디자인, 마케팅, 연구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05년. 프로야구 구단 SK 와이번스에 신영철 사장이 부임했다. 당시 SK는 창단 6년째를 맞으며 초창기에 꼴찌를 전전하던 신세는 간신히 벗어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넘볼 만한 팀도, 관중 수도 많지 않은 팀이었다. 야구단 사장은 그저 경기결과에만 연연해야 하던 당시 분위기에서 신영철 사장은 딱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선’ 기분이었다. 그리고 2년 후 신영철 사장은 ‘판을 바꾸어야 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팀과 팬을 위한 ‘스포테인먼트’를 선언했다.
물론 팀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팬이 있어야만 구단도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음과 같은 말로 ‘스포테인먼트’의 본질을 담았다.
“나는 우승보다 관중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 더 좋다.”
“경기장에서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을 주시하라.”
신영철 사장은 2007년 ‘판을 뒤바꾸는 발상’으로 ‘스포테인먼트’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한다. 프로야구단의 순위만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틀을 깨는’ 전략. 바로 남성 팬뿐 아니라 여성, 가족들을 위한 ‘스포츠(sports)+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전략을 내세웠다. 그리곤 ‘우리의 경쟁상대는 CGV와 에버랜드다’라며 다양한 이벤트와 부대시설, 매장 등으로 팬들을 불러 모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1년 SK 와이번스는 그동안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 5년 만에 꼭 두 배를 넘어 꿈이라고 생각했던 백만에 육박하는 관중 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모방도 잘 만하면 창조가 된다 : 영화 ‘아바타’

▲ 코난
창조라고 하면 언뜻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화 ‘아바타’가 대표적인 경우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상상력과 창조성이 극대화된 예술 분야라는 얼굴과 표절과 모방이라는 또 다른 얼굴.
전 세계를 3D 돌풍으로 휩쓸었던 영화 ‘아바타’는 모방과 창조의 얼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대표작이다. 이 영화 속에는 다른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 사례를 보자.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과 지구인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메인 줄거리는 영화 ‘늑대와 춤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에 접속하는 모습은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나 ‘미래소년 코난’의 흔적도 곳곳에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아바타’를 모방의 아류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3D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며 찬사를 보낸다. 영화 ‘아바타’는 모방을 통해 모방을 넘어선 창작물로 손꼽힌다.

창의적 역량을 끌어내는 비법

 
1. 오만에 빠져들지 않기

▲ 벨전화기
전화기를 만든 벨(Alexander Graham Bell)은 자신의 기술을 당시 최대 통신회사인 웨스턴 유니언(Western Union)에게 판매하려고 했다. 웨스턴 유니언의 당시 CEO였던 오톤(William Orton)은 “그 전자 장난감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그 기술을 구매하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벨은 직접 통신회사를 설립했고 3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높은 이윤을 올리는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짐 콜린스는 자신의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에서 잘나가는 기업들이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 첫 단계가 바로 성공에서 오는 오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이윤기씨 역시 영웅들이 몰락하는 이유가 바로 오만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천하무적의 영웅을 벨 칼은 영웅의 내부에 있다. 상승을 거듭하여 정점에 오른 영웅이 앓게 되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오만(Hubris)이라는 이름의 병이다. 오만이 찾아들면서 영웅은 하강의 주기로 진입한다.”

○ 경영 포인트 : 조직이나 리더가 오만에 빠지게 되면 기존에 성공을 가져다 준 관행이나 업무 방식을 맹목적으로 중시하고 다른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높아진다. 아무리 구성원들이 조직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하여도 ‘그것은 이미 해보았는데 효과가 없었다’, ‘지금까지 잘 되고 있는데 왜 해야하지’라고 말하면서, 그 아이디어를 배격해 버리고 만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조직에서 창의성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2. 메디치 효과 만들기

▲ 헤르시오
일본 샤프는 세계 최초로 물로 굽는 오븐 ‘헤르시오’를 개발했다. 이 제품의 핵심기술은 특별한 기술을 이용하여 해산물을 건조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이 회사 한 직원이 이를 직접 확인하러 간 것이 계기가 되어 개발되었다. 그 방법은 ‘과열수증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과열수증기 방식은 식품에 수분을 공급하면서 응축열로 단시간에 식품을 가열함으로써 바깥쪽은 바삭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가전제품에 응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업을 책임지는 조리시스템 사업부가 이 기획안을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었다. 이 과열수증기 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사내에 축적된 지식 노하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개발팀은 우선 방대한 식재료를 사들여서 다양한 요리를 실험하고 데이터를 측정해 나갔다. 그리고 매월 사업부와의 회의에서 자료뿐만 아니라 실제 요리도 제공함으로써 눈과 혀로 실감하게끔 만들었다. 반년 후, 사업부 측에서 드디어 제안을 받아들였고 2004년 첫 제품이 출시돼 발매 1년 만에 1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금융가문인 메디치(Medici)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문화예술가들을 후원하였다. 피렌체에서 함께 만나게 된 다양한 방면의 문화예술가들은 서로의 전공 분야의 벽을 허물고 교류하였고, 결국 새로운 사상에 바탕을 둔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이를 ‘메디치 효과’라고 부른다.

○ 경영 포인트 : 현재 거의 모든 기업들이 창의성 발휘를 통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창의적 혁신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서로 다른 것들을 결합해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산업, 기술 간의 다양한 관점을 융합시킨다면 보다 획기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3. 실험하고 시행하기

▲ 다나카 고이치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 시마즈 제작소의 다나카 고이치.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된 데는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는 레이저 광선을 쐬어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복잡한 구조를 지닌 단백질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레이저 광선을 쐬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따라서 그 기술의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다나카가 맡은 부분은 레이저 광선의 힘을 약화시키는 완충제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흐른 어느 날, 그는 용기를 착각하여 본래 혼합할 생각이 없던 글리세린과 코발트를 우연히 섞게 되었다. 코발트 미세 분말은 매우 값이 비쌌으므로, 다나카는 잘못 혼합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그것을 사용해 봤다. 세기의 대발견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훗날 다타카는 ‘착각하여 잘못 섞었다’, ‘아깝다고 생각해서 그냥 써 보았다’, ‘그것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세 가지 우연의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견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발견은 결코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다. 회사는 다나카에게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주었고, 이를 발판으로 그는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실험을 하였기 때문에 이 우연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 경영 포인트 : 아이디어가 뜻한 대로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실제로 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창의적인 성과의 대부분은 다양하게 실행 해보고 반복되는 실패 과정에서 해답을 얻어낸다는 특징을 보인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마음껏 개발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믿고 맡기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 창의는 강요한다고 해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스스로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발휘된다.

4. 의미 있는 실패의 인정

▲ 다이슨(James Dyson)
영국의 가전업체인 다이슨(Dyson)은 먼지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을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창립자이자 설립자인 다이슨(James Dyson)의 지론은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이다. 실제로 그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면서 5,000번 이상의 시도와 그만큼의 실패를 경험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도 4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는 구성원들에게 실수하게 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장려하고 있다. 그리고 발생한 실패에 대해 어떤 문책도 하지 않았다.

○ 경영 포인트 : 최근까지 우리 기업들은 주로 ‘Fast Follower 전략’을 활용했다. 즉, 앞서 가고 있는 선진기업을 보고 배우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따라서 실패를 쉽게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리 조직 내에 형성되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획기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Winner takes it all’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도 기업(First Mover)의 이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틀을 깨는 야구 경영(SK 와이번스 신영철 사장의 스포테인먼트 마케팅)
신영철 저| 브레인스토어 | 2011.05.13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모방에서 창조를 이뤄낸 세상의 모든 사례들)
김종춘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11.03.02

LG경제연구원, 아이디어가 발굴되고 창의가 꽃피는 조직(201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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