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업체들‘이전 할지 말지… 고민만 쌓이네’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청사 창고에 입주해있는 업체들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떠나야 할 지 남아야 할 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리모델링 계획만 있고 창고 이전 등의 후속 방안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윤곽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은 화물청사 리모델링 공사의 설계용역을 지난달 15일 발주했다. 공항은 오는 12월 10일 경 설계용역이 마무리 되는대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시작될 공사는 2014년 경 끝날 것으로 보인다. 공항 관계자는 전체 면적 중 약 5만 평 정도가 공사 대상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사는 화물청사 건물이 노후되어 진행하게 됐다. 문제는 공사 날짜는 잡혀있는데 이미 입주해 있는 업체들을 위한 대책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항에 따르면 올해 안에 계약이 만료되는 창고는 1곳, 내년은 2곳이다.

공항 창고를 쓰고 있는 A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이야기를 꺼내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공사 계획에 대한 정식 공문 대신 구두로 통보가 왔다”며“구두로 들은 내용도 공사하겠다는 방침과 설계용역 일정 정도 말고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을 듣지 못하니 대응책도 세우지 못한 채 그저 고민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사가 있으면 창고입주 업체에 먼저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일처리의 순서가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체들은 공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 빨리 알기를 원했다. 공사가 진행되면 창고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할 창고를 알아보고 있다는 B사 관계자는“김포 창고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비교적 저렴한 사용료가 큰 매력”이라며“다른 지역에는 김포를 대신할만한 창고가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비용이 높아 업체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계약기간이 1, 2년 남은 업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고 덧붙였다. 급하게 창고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운송거리가 길어져 운임이 상승해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우려다.

업체들은 공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괄적으로 공사를 할 지, 일정 구역을 나누어 단계적으로 진행할 지에 따라 대응할 방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경우 시간을 벌 수 있어 이전을 준비하는데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모든 창고에 대해 동시에 공사를 진행할 경우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창고 임대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나갈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공사 때문에 계약기간을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나갈 경우 손해배상 방법 등의 협의가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사 관계자는“정식 공문이 나오면 업체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며“실체 창고를 이용하는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항 측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를 원했다.

공항, 우려는 기우에 불과해… 업체들에게 도움 될 것

공항 측은 업체들의 우려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너무 앞서간다는 것이다. 공항 관계자는“이번 공사는 노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식당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 업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아직 착수보고회도 하지 않았고 설계 용역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항 측은 창고를 일시에 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번에 몇 개의 창고를 공사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항관계자는“확정된 것은 없으나 최대한 업체들에게 피해가 덜 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이번 공사를 통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충되는 편의시설 때문에 일부 창고가 없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공항과 업체 간 적극적인 의견 교환 필요 일단 공사가 진행되면 해당 공간은 결국 창고의 기능이 마비된다. 결국 업체들은 다른 창고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전했다가 다시 김포로 돌아오는 것은 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공항과 업체가 잡음없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김포공항 내 부지에 임시 창고를 짓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공사가 인천공항에 남아있는 공간을 임시 창고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김포공항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그 부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공항과 업체 간의 원활한 소통이다. 업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정식 공문도 없이 창고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건물 노후로 리모델링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 창고를 이용하는 업체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이전을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적고 시설 개선에도 도움
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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