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철도물류- 블록트레인의 활용을 중심으로

유럽에서의 철도물류- 블록트레인의 활용을 중심으로

이남연 /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부산 간 화물량의 약 90%가 도로운송에 치중돼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출입 컨테이너 운송에서 철도운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철도라는 운송모드의 특성상 화물량이 많을수록, 운송거리가 길수록, 화주의 입장에서는 비용적인 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울-부산 간 거리가 500km도 되지 않기 때문에 철도가 내륙물류에서 매우 경쟁력 있게 사용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유럽, 미국 등의 경우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대적인 요구로서 녹색물류가 강조되고,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으로 운송모드를 전환하는 모달시프트(modal shift)가 전 세계적으로 필수사항이 되다 보니 우리도 철도물류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함부르크항의 모달 스플릿(Modal Split) 현황
그렇다면 철도물류가 매우 선진화된 방법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유럽에서는 수출입 화물이 북유럽의 항만으로 들어오면 철도, 피더선, 도로, 연안수로 등의 다양한 모드로 옮겨져 운송되는데, 그 비율을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항만인 함부르크항만을 가지고 따져보면 매우 흥미롭다. 100개의 컨테이너가 함부르크항에 들어온다고 가정하자. 그 중 30개는 발틱해 연안국가들로 가는데, 그 중 90%가 피더선에 의해 운송된다. 나머지 중 30개는 함부르크항의 ‘Economic Catchment Area‘라고 할 수 이 있는 비교적 근거리의 배후지역으로 운송되는데, 그 중 80%가 트럭에 의해 움직인다. 나머지 40개 컨테이너 중 10개는 LCL 화물로 항만구역 내에서 처리되고, 마지막 30개의 컨테이너는 중·동부 유럽, 멀게는 CIS 지역까지 옮겨지는데, 이 중 원거리 화물의 70%가 철도를 이용해 처리된다. 이것은 장거리 육상화물, 즉 300km 이상의 장거리 육상수송에는 철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수치로써 증명하는 것이다.

 

▲ 함부르크항의 모달스플릿(Modal Split) 현황

블록트레인 시스템의 발달
이렇게 유럽에서 철도가 널리 이용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블록트레인 시스템이 매우 편리하게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블록트레인이란, 자기 화차와 자기 터미널을 가지고 항구의 터미널에서 목적지의 터미널, 혹은 하수인의 door까지 남의 선로(track)를 빌려서 달려 Rail & Truck Combined Transportation을 제공하는 철도물류 서비스를 말한다. 유럽, 특히 동구권의 큰 공장이라면 대부분 자가 철도 터미널을 갖추고 있는데 열차가 이곳까지 직접 수송해 주든가, 아니면 공장에서 가까운 블록트레인 자가 터미널에서 하수인의 door까지 철도와 트럭을 연계한 연결수송을 해준다. 열차는 정규편(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목적지)과 특별편(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한 tailor-made 수송편으로 화주의 door, 혹은 터미널까지)이 운행되며, 요율도 화물량에 따라 탄력적이다. 고객이 원한다면 항만이나 열차의 도착역에서 통관도 대행해주는 Forwarder의 기능까지 수행해준다.

On-Dock Rail Terminal
이러한 블록트레인의 편의성은 대부분 유럽 허브항만의 철도터미널이 On-Dock Terminal이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선박이 접안하는 Ocean Terminal의 한 복판에 위치한 Rail Traffic Area에서 송향지 별로 열차가 편성되어 직접 출발,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만일 도착지가 동유럽의 대규모 생산 공장이라면 공장 안에 철도터미널이 있는 경우, 컨테이너가 항만에서 공장까지 철송 될 때, 열차에서 트럭에 옮겨 싣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항만의 해상 터미널과는 떨어져 위치한 Off-Dock Rail Terminal을 이용하여 철도수송을 할 경우 발생하게 되는 이송·환적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이음새 없는 매끄러운 물류(Seamless Logistics)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항만의 리모델링을 계획·추진할 때는 이렇게  부두즉발의 철도운송 체제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조달물류에서 철도터미널의 효율적 이용
또 하나 유럽에서 철도를 이용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바로 조달물류에서 철도 터미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으로 가는 화물 중 완제품이 아닌 원자재나 부품의 경우, 동유럽 등의 공장으로 생산 스케줄 즉, GSCM(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에 맞도록 부품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한다. 하지만 FTA나 Globalization 등으로 부품의 조달이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다보니 공장의 생산 스케줄이나 완제품의 출하량 등이 아무리 정교하게 예측된다고 해도 100% 맞을 수는 없는 법이다. 공장지역 내에 넉넉히 컨테이너를 쌓아 둘 수 있는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많은 수의 공장시설이 그렇지 못하여 때때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바로 이럴 때 철도 터미널의 컨테이너 야적장에 공장으로 들어갈 컨테이너를 일단 보관해두고, 이곳을 생산에 들어가기 전 중간단계에 위치한 창고(Interim Storage)로 이용하면 문제를 훨씬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유럽에 위치한 대규모의 생산 공장은 대부분 공장지역 내에 철도선이 인입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공장은 인근의 철도 터미널에 공장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를 쌓아두고 있다가 생산계획에 맞춰 원하는 번호의 컨테이너를 트럭으로 공장까지 그 때마다 운송하면 JIT(Just-In-Time) 딜리버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블록트레인 운영사들은 자기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고, 그곳에 화물을 보관하는 비용을 비교적 저렴하게 받으면서, 원하는 지역으로 트럭운송까지 같이 제공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달물류를 할 때, 화물의 흐름 중간에 완충작용(Buffer Action)을 수행하도록 철도 터미널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또한 빈 컨테이너를 회수할 때도 그 안에 다시 수출화물(완제품)을 실어 철도 터미널에서 한꺼번에 열차로 항만까지 되가져가거나, 빈 컨테이너만으로도 열차를 구성하여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으니 컨테이너마다 하나하나 트럭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매우 친환경적이다.

친환경 물류의 수단으로 철도가 재조명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확정, 고시되는 등 철도물류에 쏠리는 관심이 많아지는 이 때, 해외의 사례를 되짚어 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을 찾아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유럽에서도 철도나 연안수송의 친환경적인 면을 강조하여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자는 사회운동의 일환으로서 녹색물류, 특히 모달시프트를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화주들이 유럽에서 철도를 널리 사용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 즉 블록트레인 시스템 등을 활용할 경우 철도운송이 도로운송보다 경제적일 수가 있고, 운송시간 면으로나 효율성 면으로나 그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환경부담금이 점차 무거워지고, 철도나 연안 수송으로 모드 전환을 할 경우 이에 따르는 경제적인 보상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모달시프트도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면과 환경적인 면이 고루 충족될 때 보다 성공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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