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이 지역 물류에 대하여

▲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최근 막을 내린 카자흐스탄 동계아시안게임 덕에 이 지역에 대한 친근감과 우리의 관심이 조금 더 확산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국가들과 코카서스 지방(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을 망라하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이 지역의 경제발전 소식을 통해 고조되어 있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중앙아시아 내에서 활약 중인 한국정부와 기업들의 활동사항이 빈번하게 들려왔다.
이렇듯 우리가 한국에서 듣게 되는 보도내용도 충분히 괄목할만하지만, 때때로 더욱 생생하게 그 지역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은 현지에서 전해져오는 한국에 대한 소식을 현지인에게서 직접 듣게 될 때이다. 한 예로 얼마 전 폴주크사의 그루지야 자회사인 POLZUG Intermodal LLC의 Korchilava 사장이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인 ‘나마크바니 수력발전사업’ 추진에 한국기업이 관여하고 있음을 전했다. 말미에는 그루지야뿐 아니라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한국기업의 활약이 실로 대단하다며 다음과 같이 놀라움을 표현했다 “a lot of projects not only in Georgia, but in all Caucasus and Central Asian countries are ruled by Korean companies, I have to underline that day by day several new Korean companies are stating their interest and showing up here.”

중앙아시아로 세계의 시선이 모이는 까닭은?

일찍이 대우자동차가 1991년에 우즈베키스탄에 대규모 현지공장을 설립한 바가 있고,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나보이 공항의 위탁경영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지역으로 연결되는 항공루트를 개설하여 운영 중이며, 화물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나보이를 중앙아시아의 물류허브로서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베이(Baku Bay) 거대교량 건설계획과 카자흐스탄 화학공장 건설계획 등에 이미 한국기업이 주도적으로 관여하여 실행에 앞선 검토 작업이 한창이다.
이렇듯 이 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통신, 발전시설, 자동차, 교통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왜 중앙아시아로 세계의 시선이 모이는지, 이 지역 물류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 때문에도 신규 투자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도 지리적인 측면의 이점도 많이 고려되고 있다. 즉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적 관계가 나날이 밀접해져 ‘경제적 근접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 ‘지리적 근접성’ 또한 높이는 역할 측면에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동유럽이 세계의 또 다른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물류시설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간 물류는 전통적으로 서유럽의 항만을 통한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져왔으나, 동유럽과 동북아의 관계가 점점 밀접해지면서 중간지역인 중앙아시아 지역이 그 가교역할을 더욱 유리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으로 물류기지를 확장, 이전시키고 있는 서유럽의 물류기업들도 늘어나고 있고, 동북아지역 물류기업들의 진출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 지역의 물류가 활성화된다면 여기에 생산시설을 갖추게 되는 기업은 서유럽과 아시아의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 TRACECA-Corridor를 이용한 철도운송서비스의 지도

차세대 주 운송로로 기대되는 ‘TRACECA’ 루트

이 지역 물류의 특징은 지리적인 특성상 항만의 이용이 어렵다는데 있다. 따라서 육상운송, 특히 철도운송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 이미 1998년에 유럽-흑해-코카서스-카스피해-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TRACECA(Transport Corridor Europe-Caucasus-Asia) 운송로가 개통됐다. 그 연결 선상에 있는 12개 국가(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의 합의로 탄생된 운송로이기 때문에 TSR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돼 있다. 이 노선은 철도 뿐 아니라 도로도 함께 개발이 되었다.
물론 통관문제, 궤도 변환문제 등과 같이 관계 당국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사항과 빈 컨테이너의 회수문제, 카스피해와 흑해를 건널 경우의 비용문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운송로를 중국 연운항에서 출발하여 중앙아시아로 뻗는 뉴실크로드 노선과 연결하게 되면, 결국 부산에서 출발하여 함부르크까지 가는 ‘아시아철도 북부횡단노선’의 개념과 일치하게 된다. TSR의 경우는 경유지에 화물이 적고 긴 겨울날씨에 동토를 횡단하기가 어려워 운행에 불편한 점이 많다. 하지만 TRACECA 루트는 경유 지역에서 산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화물이 많이 발생되고, 기후변화의 영향도 시베리아지역보다 훨씬 덜 받는 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볼 때 이 루트가 점점 경쟁력을 확보하여 차세대 주 운송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폴주크·서중물류, 중앙亞 국제물류 성공사례로 주목

현재 이 운송로를 기본으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물류기업으로는 서쪽에서 동진하고 있는 유럽의 폴주크 인터모달과 동쪽에서 서진하고 있는 한국의 서중물류를 들 수 있다. 폴주크 인터모달은 이미 서유럽 항만에서 동쪽으로 컨테이너 블록트레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와중에 1998년 TRACECA 루트가 개설되자 6개월 만에 정기서비스를 개설하고 운행을 시작하여 10년이 넘도록 이 지역 리더로서의 입지를 놓친 적이 없다. 서중물류는 연운항에서 뉴실크로드를 따라 블록트레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화물을 중앙아시아까지 연결수송해주고 있다.
폴주크는 흑해와 카스피해를 열차로 뛰어 넘어야 아시아로 올 수 있다는 어려움을 열차페리를 이용하여 극복하고 있다. 서중물류는 중국의 500km가 넘는 산간지역을 통과하고 230km에 달하는 단선구간을 지나는데 따른 속도 저하, 중량 제한의 제약을 신규노선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독일기업인 폴주크가 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강자로, 또한 한국기업인 서중물류가 중국 및 중앙아시아의 강자로 활약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국제물류분야의 바람직한 성공사례로 꼽힐 수 있다.
2011년 1월에 LG 경제연구원이 발행한 LG Business Insight 리포트의 제목이 ‘넥스트 프런티어 국가들’이었다. 현재 각광받는 BRICSs 등도 그 이전에 이미 잠재성이 점쳐졌듯이, 지금 세계경제 동향에 비추어 긴 안목으로 미래의 유망 신흥국을 여러 가지 지표에 따라 예견한 결과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리포트였다. 내수시장 잠재력, 산업특화도, 인적·사회적 자본, 유망국 인접성, 지속가능 성장 등의 요소를 고려했을 때 베트남이나 UAE, 슬로베니아 등의 후보국가들 중 카자흐스탄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앙아시아와 이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와 같은 안목으로 다른 지역도 관심 있게 살펴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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